갑오개혁 1

1. 일본의 내정 개혁 강요

ㄱ. 시대적 상황

동학 농민 운동의 진압을 핑계로 청 · 일 양국군이 조선에 들어왔으나 이미 정부와 동학 농민군 사이에는 전주 화약이 성립(1894)이 되어 외국 군대의 조선 주둔에 대한 명분은 사라졌다.

ㄴ. 내정 개혁 강요

(1) 표면적 주장

조선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내란이 동양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므로 조선에서의 내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내정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2) 내면적 의도

일본군의 조선 주둔의 명분을 찾고, 나아가서 청과의 전쟁 구실을 만들어 청의 세력을 조선에서 물리친 후, 조선에 대한 내정 간섭을 통해 경제적 이권 탈취와 함께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3) 일본군 철수 요구

일본은 조선에 대하여 내정 개혁을 요구하였으나, 조선은 일본군이 먼저 철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일본군은 청과 함께 조선의 내정 개혁에 관여하겠다는 구실로 철군을 거부하였다. 청이 이를 거부하고 공동으로 철병할 것을 제안하였지만, 일본은 단독으로 조선 정부에 내정 개혁안을 강요하였다.

 

2. 조선 정부의 개혁 추진

ㄱ. 농민층의 개혁 요구

조선 정부는 갑신정변 이후에도 근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지만, 개항 이후 누적된 여러 가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였다. 마침 개혁을 요구하는 동학 농민 운동이 일어나 정부는 이를 반영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ㄴ. 교정청 설치

일본의 내정 개혁 강요에 맞서 조선 정부는 스스로 내정 개혁을 추진하기 위하여 1894년 6월 교정청을 설치하였다. 교정청은 동학 농민군이 요구한 사항을 바탕으로 개혁안을 마련하여 자주적인 개혁을 추진하였다. 주로 지방의 인사 제도 및 조세 제도의 개혁에 중점을 두었다.

 

3. 제 1 차 갑오개혁(1894. 7. 27 ~ 1894. 12 .17)

ㄱ. 제 1 차 김홍집 내각 성립

일본 측의 내정 개혁 강요와 조선측의 자주적 개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일본은 조선에 대한 간섭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 계획대로 군대를 동원하여 경복궁을 기습 점령하고 청 · 일 전쟁을 일으켰다(1894. 6). 이러한 위협 속에 일본군은 민씨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원군을 섭정으로 하는 제 1 차 김홍집 친일 내각을 성립시켰다.

ㄴ. 군국기무처 설치

새로 성립된 김홍집 내각은 농민의 불만과 개혁 요구를 반영하고자 교정청을 폐지하고 군국기무처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개화 정책의 실무를 담당했던 개화파 인물들을 모아 내각을 구성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개혁을 추진하는 제 1 차 갑오개혁을 단행하였다.

 

○ 군국기무처 갑오개혁의 추진을 위해 설치된 초정부적인 회의 기구로 김홍집, 어윤중, 김윤식 등 동도 서기론자들과 유길준, 김학우 등의 개화 관료, 그리고 대원군 세력의 일부가 참여하였다. 총재와 부총재 각각 1명과 20명 미만의 위원으로 구성되었고, 입법권을 가진 심의 기구로 합의제이며 다수결로 의결하였다. 이곳에서 심의 , 통과시킨 의안을 국왕이 재가하면 국법으로 시행하였다. 고려말 도평의사사와 조선 후기의 비변사 기능과 유사하였으며, 제 1 차 개혁 기간 중 3개월 동안 약 210건의 의안을 심의, 의결하였다.

ㄷ. 자주적인 개혁 추진

개혁은 일본의 강요로 시작되었지만, 국군기무처의 회원들은 일본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구상해 왔던 개혁을 실행하려고 노력하였따. 당시 일본은 청 · 일 전쟁 중이었고, 조선 정부의 반발과 열강의 간섭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개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 1 차 개혁은 군국기무처 위원 주도로 갑신정변의 정강이나 동학 농민군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자주적으로 추진 되었다.

ㄹ. 제 1 차 갑오개혁 내용

(1) 정치면

궁내부를 따로 설치하여 왕실 사무를 맡겨 왕실의 정치 개입을 배제하고, 의정부에서 정무를 관할하게 하여 왕실과 정부의 사무를 분리함으로써, 국왕의 인사권을 비롯한 일부 권한을 없애거나 축소하였다. 이로써 국왕의 전제권은 제한되고, 의정부는 중앙 통치 기구의 중추 기관이 됨으로써 권력이 내각으로 집중되었다. 변화된 현실에 맞게 행정기구도 개편하여 의정부 아래의 6조를 대신해 내무 · 탁지 · 군무 등 8아문으로 확대 · 개편하여 의정부 직속으로 함으로써 내각의 정치적 실권을 강화시켰고, 궁중의 여러 부서들을 궁내부 산하로 통합하였다. 또한, 양반의 특권을 보장한 과거 제도를 폐지하고 능력 중심의 근대적 관리 임명 제도를 마련하였으며, 사간원을 비롯한 언론 기관을 폐지하고 내무아문 밑에 경무청을 설치하여 경찰 제도를 실시하였다. 아울러 청과의 사대 관계를 단절하기 위하여 중국 연호를 사용하던 관행을 버리고 개국 연호를 사용하였다.

(2) 경제면

국가 재정을 일원화하여 재정에 대한 모든 사무를 탁지아문에서 담당하게 하여, 왕실을 비롯한 여러 기놔에서 조세를 독자적으로 징수하는 폐단을 개혁하려 하였다. 그리고 예산 제도를 수립하였으며 농민 봉기의 원인이었던 삼정의 문란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십 가지에 달하던 조세 항목을 지세와 호세로 통합하고, 환곡제를 폐지하고 사창제를 도입하였다. 또한, 상품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은 본위 화폐 제도를 채택하고 조세를 금납화했으며, 도량형을 통일하였다. 한편, 일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일본의 경제 침탈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였다.

(3) 사회면

양반과 상민의 신분적 차별이 폐지되고, 공사 노비제가 혁파되었다. 옛날부터 내오던 봉건적 악습들도 혁파하여 인신 매매 행위와 조혼이 금지되고, 과부의 재가가 허용되어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였으며, 고문과 연좌제도 폐지되었다.

 

☆역대의 노비 해방 제도 고려 시대의 경우 태조는 취민 유도 정책을, 광종은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으며, 조선 시대의 경우 태조는 노비변정사업을, 태종은 노비변정도감 설치를, 영조는 노비종모법의 정착을, 순조는 공노비의 해방을, 고종은 노비 제도 자체를 폐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