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조약의 체결

1. 조 · 청 상민 수륙 무역 장정의 체결

ㄱ. 청의 종주권 과시

강화도 조약(1876)을 계기로 조선에 대한 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일본과 이를 견제하려는 청이 대립함에 따라 조선과 청의 전통적인 관계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개항은 이처럼 전통적인 조공 무역 체제에서 근대적인 조약 체제로 넘어가는 중요한 서막이었다. 그러나 일본에게 선수를 빼앗긴 청은 시대 역행적인 모습을 보이며,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국제적으로 과시하기 위하여 조선 정부에 미국을 비롯한 서양 여러 나라와의 수교를 권장하였다.

ㄴ. 조 · 청 상민 수륙 무역 장정 강요

(1) 배경

청은 1882년 민씨 정권의 요청으로 임오군란을 진압한 뒤, 조선에 주둔시킨 군사력을 배경으로 조 · 청 상민 수륙 무역 장정을 체결하였다(1882). 이를 통해 청은 조선이 청의 속방임을 명시하고, 조선과의 관계를 형식적 사대 관계에서 실질적 종속 관계로 바꾸려는 욕심을 드러냈다. 또한, 조약 당사국 간에 상호주의 관례도 무시하였으며, 각종 권리를 청에게만 부여하라고 강요하였다.

(2) 내용

청은 장정에서 중국인의 범죄는 물론 중국인과 관계된 조선인의 범죄까지 청의 관리가 재판하도록 하여 영사 재판권(치외법권)보다도 불리한 내용이 담기도록 하였으며, 청 상인들이 서울과 양화진에서 상업을 할 수 있는 내지 통상권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또한, 연안 어업권과 무역권을 명시하였으며, 청국 군함의 항해권도 규정하였다.

(3) 결과

이러한 청과의 불평등 조약 내용은 1883년 체결된 조 · 일 통상 장정에 대부분 반영되었으며, 최혜국 대우를 해야 하는 다른 서구 열강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조선은 열강의 이권 침탈 시장으로 전면 개방되었다. 또한, 청 상인들은 서울과 양화진에 시장을 개설하였을 뿐 아니라, 내지 통상권으로 많은 이익을 챙겼으며, 전국 곳곳에서 상업 활동을 하였다. 이로 인해 조선 상인들이 피해를 입어 불만이 고조되었다.

 

◎ 조 · 청 상민 수륙 무역 장정

장정은 대등한 국가 간의 협정문이 아니라 중국이 속방과 맺은 협정문을 뜻한다. 조 · 청 상민 수륙 무역 장정은 임오군란으로 조선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은 청이 경제적으로 일본을 누르기 위한 조치로 맺은 것이다.

 

2. 조 · 미 수호 통상 조약(1882)

ㄱ. 미국의 수교 시도

(1) 일본에 알선 요청

신미양요 때 무력으로 조선의 문호를 개방시키려다 실패한 미국은 『조선책략』이 유포될 당시 조선에 진출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조선이 일본과 조약을 맺자, 조선과의 수교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 알선을 요청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2) 청의 알선

이때 청은 러시아의 남하와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국제 사회에서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인정받기 위해 조선과 미국의 수교를 적극적으로 알선하였다. 조선 정부도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미국과 외교 관계를 맺어 근대적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었다.

ㄴ. 연미론의 대두

당시 조선 정부는 무관세 무역, 미곡 유출 등 일본과 체결한 조약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2차 수신사 김홍집을 일본에 파견하였다. 이때 김홍집이 귀국길에 가지고 온 『조선책략』이 국내외 지식층에 유포되어 미국과 외교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즉, 개항 이전부터 박규수 등이 주장했던 미국과의 조약 체결론은 제2차 수신사 김홍집이 『조선책략』을 가지고 돌아오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 조선책략

일본 주재 청국의 외교관 황쭌셴이 김홍집과 6차의 필담을 나눈 것을 글로 적어 전달한 것이다. 그 내용은 조선이 위협적인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 일본, 미국과 연대해야 한다는 방어책을 제시한 것이고, 조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서양 여러 나라와도 수교 통상하고, 서양의 과학 기술을 수용하여 근대적 산업을 개발하고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자강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조선책략』의 보급은 미국과 수교하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개화 운동과 위정척사 운동을 유발하는 역할도 하였다.

 

ㄷ. 조약 체결

결국, 청나라의 알선으로 전권 대사 신헌과 미국의 슈벨트 간에 조 · 미 수호 통사 조약이 체결되었다(1882).

ㄹ. 조약 내용

조선이 서양과 맺은 최초의 조약인 조 · 미 수호 통상 조약에서는 양국 중 한 나라가 제 3국의 핍박을 받을 경우 반드시 서로 돕고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도록 주선한다는 거중 조정, 수출입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강화도 조약과는 달리 우리에게 유리한 조항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영사 재판에 의한 치외 법권과 최혜국 대우, 협정 관세 등이 포함된 불평등한 조약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광산 채굴 등 각종 이권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ㅁ. 채결 결과

(1) 관세의 자주권 인정

조 · 미 수호 통상 조약이 불평등 조약이었지만, 기존의 불평등한 내용을 개선하려는 조선 정부의 노력이 반영되어 미국에게는 비율은 낮지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 자주권이 인정되고, 곡식의 무제한 유출을 방지하는 방곡령 규정이 새로 추가되었다.

(2) 조 · 영 수호 조약

체결은 1882년 6월에 이루어졌으나 영국 의회 비준이 늦어져(높은 관세, 애매한 치외 법권, 아편 수입에 금지한 내용에 불만) 1883년에 프랑스 등 서양 열강과도 차례로 외교 관계를 맺었다. 이들과 맺은 조약 역시 최혜국 대우 규정에 의해 외국에 유리한 유리한 조항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불평등 조약이었다.

 

◎ 각국과의 조약 체결 결과

조선은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서양의 근대적인 사상과 문물제도를 수용하여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근대적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지만, 열강의 침략 경쟁의 무대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개항 이후 밀어닥친 자본주의 열강의 경제적 침탈과 함께 양반 지배층의 압제와 수탈이 심해지면서 민중의 저항 의식은 날로 확대되어 갔다.

 

국가	수교 시기	특징 및 내용	수교 방법
미국	1882	서양 국가와 맺은 최초 조약, 치외 법권 인정, 최혜국 대우 규정	청의 알선
영국	1882	서양의 최초 통상 요구, 고율 관세,아편 문제, 치외 법권 인정 문제로 지연
독일	1882	순조롭게 체결, 최혜국 대우 규정
러시아	1884	청과 일본의 견제로 외교 관계 수립이 지연, 이후 조선 침략을 한층 강화	직접 수교
프랑스	1886	천주교의 포교 문제로 늦음, 천주교 및 선교의 자유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