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의병 전쟁

1. 을사 의병(1905)

ㄱ. 원인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자, 다시 봉기한 의병들은 을사늑약의 폐기와 친일 내각의 타도를 내세우고 격렬한 무장 항전을 전개하였다.

ㄴ. 의병장의 활동

(1) 민종식

을사늑약이 발표된 뒤 관직을 버리고, 1천여 명의 의병을 모아 한때 충남의 홍주성을 점령하고 일본군과 맞섰으나, 우세한 화력을 지닌 일본군의 반격으로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낸 채 후퇴하였다.

(2) 최익현

임병찬 등의 제자들을 모아 전북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켜 정읍, 곡성을 차례로 점령한 뒤 순창에 무혈입성하였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관군이 출동하자, 최익현은 "동족끼리 싸울 수 없다."라고 하면서 관군에게 의병에 합류할 것을 간곡히 호소하였다. 그러나 이를 묵살한 관군의 공격으로 의병 진영이 와해되어 체포되고 말았다. 최익현은 일본군에 의하여 대마도로 유배되어 순국하였다.

(3) 신돌석

평민 출신의 의병장으로 울진 평해에서 의병을 모아, 경북 영해에 입성하여 관군의 무기를 탈취한 후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접경지대인 일월산을 거점으로 동해안 일대를 누비며 신출귀몰한 유격전을 펼쳐 많은 전과를 올렸다. 신돌석의 부대는 민중뿐 아니라 양반들로부터도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ㄷ. 을사 의병의 등장

(1) 평민 의병장 등장

종래의 의병장은 대체로 유생들이었는데, 의병 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을사 의병부터는 평민 출신 의병장의 활동이 두드러져서 의병 운동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었다. 평민 의병장이 이끄는 의병 부대는 봉건적 신분 의식이나 위정척사 사상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단결된 힘을 가지고 항일 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다.

(2) 유격전

평민 의병장이 이끈 부대는 이전의 동학 농민 운동과 활빈당 투쟁을 경험 삼아 산악 지대에 근거지를 두고 소규모 부대로 유격전을 벌였다. 전술이 성을 지키는 수성전에서 유격전으로 전술이 전환됨으로써 의병의 수적인 열세를 보완하였다.

(3) 반침략 구국 항쟁

이 시기의 의병 운동은 참여 계층의 확대와 반침략 구국 항쟁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2. 정미의병(1907)

ㄱ. 원인

일본이 헤이그 특사 사건을 구실로 고종 황제를 강제 퇴위시키고 군대를 해산시키자, 의병의 구국 운동은 그 규모와 성격 면에서 한층 격화되어 최고조에 달하였다. 이때부터 의병 항쟁은 민중 세력이 의병 지도부에 진출하고 대중적 기반이 강화되어 항일 의병 전쟁의 성격으로 발전하였다.

ㄴ. 해산 군인의 합류

시위대 대대장 박승환이 자결로써 이에 저항하자, 서울 시위대와 원주, 홍천, 충주, 강화도 등지의 지방 진위대가 잇따라 봉기하였다. 이후 군대 해산을 거부하고 일본군과 시가전을 벌였던 군인들이 의병 부대에 합류하였다.

ㄷ. 활동 영역 확대

해산 군인이 의병에 합류함으로써 의병 부대는 조직과 화력이 한층 강화되었고, 활동 영역도 국내뿐만 아니라, 간도와 연해주 지역 등 국외로까지 확대되었다.

ㄹ. 참여 계층

양반 유생, 전직 관료 외에 농민, 포수 등도 의병 지도부에 참여하여 신분 차별 의식도 약해졌다. 강원도에서는 진위대 출신의 김덕제와 민긍호, 전라도에서는 유생 출신인 기삼연 · 김태원과 머슴 출신인 안규홍, 황해도 · 경기도에서는 김수민, 평안도에서는 홍범도 등이 평민 의병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ㅁ. 의병 전쟁의 확산

을사늑약 이후 불붙은 의병의 국권 회복 투쟁은 군대 해산을 계기로, 유생과 농민 · 해산 군인뿐 아니라 노동자 · 상인 · 교사와 학생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항일 의병 전쟁이 일어났다. 1908년의 경우 전투 횟수가 1,452회에 이르고 참여 의병도 69,000여 명이나 되었다.

 

3. 서울 진공 작전(1908)

ㄱ. 의병 연합 전선 형성

의병 전쟁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의병 간에 연합 전선이 모색되었다. 이에 유생 의병장들은 1907년 11월 비밀리에 양주에 집결하여 13도 연합 부대를 결성하였다.

ㄴ. 13도 창의군(13도 연합 의병 부대)의 활동

(1) 창의군의 편성

양반 유생 의병장들은 1907년 12월에 총대장에 이인영, 군사장에 허위를 추대하여 의병 연합 부대인 13도 창의군을 창설하였다.

(2) 외교 활동 전개

총대장 이인영은 서울 주재 각국 영사관에 의병을 국제법상의 교전 단체로 승인하고 후원해 줄 것을 호소하여, 의병 투쟁이 일제의 침략에 대한 국가 단위의 정당한 전쟁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해외 동포에게도 격문을 보내 스스로 독립군임을 내세웠다.

(3) 서울 진공 작전 전개

경기도 양주에 집결한 1만 명의 13도 창의군은 군사장 허위를 선봉으로 300명의 선발대가 동대문 밖 12km까지 진격하였으나, 일본군의 막강한 화력에 밀리면서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게다가 총대장 이인영이 부친상을 당하여 귀향하면서 창의군은 다시 흩어져서 싸웠다.

 

4. 계속되는 의병 전쟁

ㄱ. 의병 전쟁의 소강

서울 진공 작전이 실패한 이후 유생 의병장들이 의병 대열을 떠나기 시작하여 의병 투쟁이 잦아들었으나, 평민 의병장과 일부 혁신 유생들은 소규모 부대로 유격전을 펼치며 전국에서 끈질긴 투쟁을 벌여 나갔다.

ㄴ. 호남 의병

1909년 무렵 의병 부대들은 여러 지역에서 항일 전쟁을 계속 전개하였으나, 그중 가장 활발한 항일 전쟁을 벌였던 지역은 몰락 양반, 평민, 천민 출신 의병장이 활동한 호남 지방이었다. 전봉준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전해산, 남한 제일 의병이란 뜻으로 남일이란 이름을 사용한 심수택, 그리고 머슴 출신의 안규홍 등이 대표적인 의병장이었다. 이들은 호남 지역에서 유격 전술을 펼치며 끊임없이 일제에 타격을 가했다.

ㄷ. 일제의 남한 대토벌 작전

의병들의 끈질긴 저항이 계속되자, 일제는 의병 활동의 근절 없이는 한반도를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탄압을 감행하였다. 일제는 의병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호남 지역을 해안과 육지에서 공격하는 남한 대토벌 작전을 전개하였다. 1909년 9월부터 2개월 동안 진행된 의병 토벌에서 의병장 100여 명, 의병 4,000여 명이 체포되거나 학살당하였다. 이때 일본군은 수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의병의 근거지가 될 만한 촌락과 가옥을 다치는 대로 방화하고 살육하여 초토화시켰다.

ㄹ. 해외 독립운동 기지 건설

이러한 일본의 탄압에 맞서 의병은 치열한 항쟁을 계속하였으나, 국내에서의 의병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고, 1910년 국권 피탈로 의병 활동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리하여 의병 부대는 국경을 넘어 간도와 연해주로 이동해 새로운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독립군으로 전환해 갔다.

 

5. 의병 전쟁의 특징

의병 투쟁은 일본군을 공격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쌀 수출로 부를 축적한 지주나 상인, 일본의 침략과 관련된 우편 취급소 등을 습격하거나 철도와 전선을 파괴 · 절단하는 일도 벌였다. 또한, 일제 침략 정책에 협조하는 일진회원, 헌병 보조원, 세무 관등도 공격하였다. 이때 신돌석과 홍범도와 같은 평민 출신 의병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6. 항일 의병 전쟁의 의의

ㄱ. 의병 전쟁의 한계

(1) 의병의 화력 열세

의병 전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광범한 사회 계층을 망라하였으나, 일본 정규군의 화력에 비해 열세였다.

(2) 국내적 요인

초기의 의병을 주도한 일부 양반 출신 의병장들은 봉건적 신분 의식을 극복하지 못함에 따라 대다수 평민 의병장과 갈등을 빚어 결속이 강화되지 못하였다.

(3) 국외적 요인

을사늑약이 강요된 후에는 외교권이 상실되어 국제적으로 고립되었기 때문에 국제적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다.

ㄴ. 의병 전쟁의 의의

(1) 대표적 구국 운동

의병 전쟁은 외세의 침략에 대항한 대표적인 구국 운동이었다. 특히, 평민 의병장이 등장하면서 봉건적 신분 의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의병 투쟁은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권 수호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2) 항일 무장 독립 투쟁의 기반

민족의 강인한 저항 정신을 표출하였다는 점과 국권 회복을 위한 무장 투쟁을 전개하여, 일제 강점 이후 독립운동과 독립군 기지 건설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3) 약소 민족의 독립 운동사에 기여

의병 전쟁은 20세기 초 제국주의 열강의 약소국 침략이 극심하던 시기에 일제의 야만적 무력 침략에 굴복하지 않고 무장 투쟁을 전개하였다는 점에서, 세계 약소 민족의 반제국주의 운동이라는 세계사적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